[서울숲역] 봉밀가 서울숲점
내가 인스타 팔로우 하는 분 중에 정말 냉면에 진심인 분이 있음..
이분이 추천해서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던 봉밀가..
할 거 없는 한여름의 월요일에 아내가 냉면 투어나 가자고 해서
봉밀가 서울숲역을 가보기로 함..
11시 30분 도착을 목표로 갔는데.. 사람들이 줄 서있어서 흠칫 놀랐음..
알고보니..
문 열자 오신 분들이 있어서 키오스크 주문을 하느라 줄이 있는 걸로 착각함..
월요일 기준 11시 30분쯤에 도착하니 앉을 자리는 충분히 있었음..
그리고 메뉴를 주문하다 보니.. 여기는 좋은 게 만두를 갯수별로 주문할 수 있더라고..
제육도 반접시보다 더 작은 곁들임 사이즈도 있었고..
우리는 평양냉면 2그릇에 약돌제육(곁들임), 그리고 평양손만두 1개 시킴..
매장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게 관리되는 느낌이라 좋았음..
그리고 미슐랭 받은 곳이라지만, 접객이 제법 괜찮더라고..
뭐 특별한게 있다기보다는.. 홀 담당하시는 분이 말을 예쁘게 잘 한다는 느낌..?
덕분에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음..
일단 만두가 제일 먼저 나왔음.. 만두 1개만 와서 조금 뻘쭘하긴 하더라..
만두 자체는 맛있었음.. 간도 적당하고 참기름 냄새도 많이 안 났지..
그런데 평양손만두라는 이름은 조금 어색하네..
평양냉면집 만두라기보다는 그냥 만두 맛집의 만두 느낌..
약간 두부와 고기의 부드러운 맛이라기보다는 자기주장이 확실한 만두소랄까..
다른 메뉴 먹을 땐 모르겠는데 평양냉면 먹을 때는 안 시키는 게 나을듯..
냉면에 제육이나 수육 곁들이는 걸 좋아하는데..
반접시를 다 먹기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그동안 시키질 못했지..
여기 제육은 아주 괜찮네.. 평소에 껍질 붙은 수육 안 좋아하는 아내도 맛있다고 함..
얇게 썰어줘서 냉면이랑 같이 먹기도 좋았음..
우리의 방문 목적인 평양냉면.. 일단 육수를 마셔보는데..
앞서 먹은 만두 때문인지 육수 향이 잘 안 느껴지더라..
평양냉면 먹다 보면 육수 마실 때 비강 쪽으로 육향이 올라오는 집들도 있는데
여긴 육향이 그렇게 올라오는 맛은 아니었음..
대신 육수에 적당한 무게감이 있다랄까.. 간도 적당하고 감칠맛도 좋았음..
메밀면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음..
대신 배를 올려줬는데.. 배가 생각보다 무척 잘 어울리더라..
그리고 여기 냉면 고명에는 돼지고기는 없고 소고기만 올라갔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오이가 거의 없어서 아쉽..
배를 조금씩 잘라서 면에 감싸서 먹어보는데 이게 또 재밌네..
은은한 단맛 덕분에 냉면 맛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고기 육수와 배가 또 잘 어울리더라고..
고기 고명과 배 고명을 적당히 섞어 가면서 먹어보고..
반쯤 먹은 시점부터 배식초를 조금씩 면에 뿌려서 먹어보는데..
이야.. 냉면의 새로운 세계를 보고야 말았다..
전에 서관면옥에서 다시마식초에 먹을 때에도 맛있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여기 배식초가 한 수 위라는 느낌이네..
(그리고 내 취향으로 판단하자면 서관면옥은 냉면이 여기보다 조금 아쉬웠지..)
식초 없이 먹을 때에도 맛있었는데, 식초를 만나니 뭔가 새로운 메뉴를 먹는 기분..
식초를 조금만 넣어서 먹어도 맛있고.. 듬뿍 뿌려 먹어도 재밌는 맛이더라..
면이 절대 작은 양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먹다보니 금방 한 그릇이 비워지네..
맛있어서 좋았고.. 즐겁게 먹어서 좋았다..
특색있는 집이라서 그런가.. 개인적인 최애 냉면집 세 곳을 1티어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1티어에 봉밀가를 추가해야 할 듯 싶다..
배식초 없이 담겨나온 평양냉면만 먹는다면 1티어 바로 밑이지만,
직원의 친절도나 메뉴 구성 덕분에 추가점수를 줘야 할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