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구경 가는 길에
어디선가 저녁을 먹어야 해서 행궁동을 구석구석 돌아다녀봄..
원래는 토미바베큐하우스에 가볼까 했는데
그 시점에서 바베큐는 너무 무거운 메뉴인 듯 해서
뭘 먹을지는 우리의 직감에 맡기기로 했음..
그러던 와중에 버거가 제일 땡기더라..
월요일 좀 이른 저녁시간이기도 하고, 빗방울도 조금 떨어지는 날이다보니
매장 전체적으로 한산했음.. 사실 그래서 맛이 있을지 약간 걱정도 됐지..
메뉴 가격을 다 적어볼까 하다가.. 글 올리면서 QR코드 찍어보니
집에서도 메뉴 확인이 되고 주문까지도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네..;;
QR코드를 그대로 올릴까 하다가 모자이크 처리..
집에서 저녁에 메뉴를 확인하다보니 품절 메뉴들이 보이는데,
어제 먹을 때에는 따로 품절 메뉴는 없었던 걸로 기억함..
아무래도 처음 와봤기 때문에 기본 메뉴를 시켜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행버거 셋트 1개, 행버거 단품 1개 주문..
아내는 맥주를 마실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포기..
다른 맥주들이 있었다면 아내가 맥주를 시켰으려나..
손으로 버거 집어먹기 편하게 주는 봉지라던가..
콜라를 1개만 시켰는데 잔을 두 잔 가져다 주신다던가..
소스 통을 열었는데 전부 뚜껑이 깨끗하다던가..
(케챱 뚜껑 깨끗한 거 보고 소름 돋았음..)
소소한 디테일과 세심한 배려가 좋았고,
이거만 봐도 이 매장 잘 되었으면 좋겠다 싶더라..
이렇게만 보면 그냥 평범한 버거가 아닌가 싶은데..
위에 메뉴에서 행버거 구성을 보면 알겠지만
케일이 들어가는 건 좀 독특하네..
한 입 딱 베어 물었는데.. 일단 버거의 번이 범상치 않다..
번의 윗면은 바삭한 질감이 남아있는데, 안쪽은 푹신하고
빵을 씹고 있으면 입에 감도는 풍미와 기름진 맛..
취향 차이가 있을 수가 있겠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맛이네..
번만 따로 살 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버거의 부위별로 점수를 준다면 빵은 거의 만점을 줄 수 있을듯..
버거 패티의 두께는 평범한데, 바짝 눌러서 약간은 바삭한 느낌이 날 정도로 구웠고
패티의 맛은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존재감이 확실했음..
번과 패티가 둘 다 자기 주장이 확실한데, 부재료들이 조합을 잘 완성시켜준 느낌..
버거 안의 피클도 싸구려가 아니라 제법 괜찮은 제품을 쓰신듯..
버거킹 같은 곳에 들어가는 피클과는 확실히 달랐고..
케일이 특별히 존재감이 강하거나 하진 않은데 잘 어울렸네..
개인적으로는 무척 맛있게 잘 먹었다..
아내는 조금 느끼하다고 평을 했는데, 나보단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면도 있고..
매운 것을 못 먹다보니 할라피뇨를 빼고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내 평에 따르면 다음 번에 다시주문하게 된다면
버거 안에 케챱을 더 뿌리고 먹을 것 같다고 하네..
인테리어나 메뉴들이 뭔가 굉장히 '미국'스러운데
사장님께 미안하지만 솔직히 인테리어는 내 취향은 아니야..
하지만 버거 맛은 취향을 저격당한 느낌..
제주도 슈퍼마켓화이트버거스탠드에서 먹었던 버거만큼이나 만족스러웠다..
(그리고보니 패티 굽는 방식이 비슷한가..)
계산하면서 아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사장님과 잠깐 나눈 스몰토크도 재밌었음..
행궁동에 오래 오래 장사 잘 하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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