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경희의료원 갈 때 쫓아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러 볼 생각으로 아침 일찍 집에서 나섰음..
하지만 담당 의사선생님의 가족상으로 진료가 1주일 미뤄졌다는 연락을
지하철 출발하자마자 받았음.. 잠깐 내려서 어떻게 할 지 잠시 고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더라. 일단 삼청동에서 놀다가 효제루 가는 걸로 결정..
참고로 최근에 내렸던 결정 중에 가장 현명했던(?) 결정이었음..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와서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나나 아내나 그 전부터 가봐야 할 맛집으로 찜해놨었더라고..
웨이팅이 좀 있고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고 해서
월요일 1시쯤에 맞춰서 방문했음..
우리가 갔을 때에는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자리도 만석이라 잠깐 기다림..
그리고 1시 30분쯤 되니까 점심식사 오더 마감..
하마터면 가게 문 앞까지 왔다가 좌절할 뻔 했네.
여기 가실 분들은 시간 잘 맞춰서 방문하셔야 할 듯..



사장님이 복싱 매니아신가보다. 90년대 복싱 잡지들이 여기 저기서 보임..
중간 중간 음반으로 인테리어 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

아내랑 둘이 가서 탕수육(소) 1개에 해물짬뽕 1개 주문함..
우리처럼 주문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따로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짬뽕을 두 그릇으로 나눠서 주시더라. 섬세한 배려가 마음에 들었음..
우선 짬뽕의 채소를 몇 개 집어먹어보는데..
맛있다. 채소는 정말 딱 숨이 죽었지만 식감은 살아있는 수준으로 익혔음..
국물을 살짝 먹어보는데.. 최근에 먹은 짬뽕중에 이렇게 안 매운 짬뽕이 있었나 싶다.
그런데 맛있다. 짬뽕에 들어간 재료들의 맛있는 부분만 모아서 만든 듯한 맛이다.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다. 중국음식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게 어울릴 지 모르지만
짬뽕에서 "절제미"가 느껴진다.
이걸 짬뽕계의 평양냉면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좀 어색하고..
가장 중립적이면서도 레퍼런스한 짬뽕이랄까?
분명 메뉴에는 해물짬뽕이라고 되어있지만, 고기도 들어가있고
해산물 맛이 특별히 두드러지는 맛은 아니긴 함.. 하지만 맛있다!!!
내가 여태 먹어본 짬뽕 중에서 1~2위를 다툴만한 맛이다.
(그 1~2위를 함께 다투는 짬뽕은 합정역 맛이차이나의 짬뽕..)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아내(그녀는 육개장 사발면도 가끔 맵다고 한다.)도
기분 좋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탕수육은 볶먹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음.)
한동안 되도 않는 꿔바로우 스타일의 탕수육만 먹었기에 꽤나 반가웠음..
입천장을 긁을 듯한 바삭함은 없지만, 잘 튀겨진 튀김옷에
적당한 산미와 적당한 단맛의 소스가 일체감 있게 어우러졌다.
절반 정도는 고기튀김으로 먹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튀겨낸 탕수육이었음..
고기 크기도 적당했고 튀김끼리 뭉쳐있는 것도 없었음..
그리고 탕수육의 파인애플도 통조림 파인애플이 아니라,
과일 상태로 있는 파인애플을 쓴 듯 하다.
분명 배부르게 먹었는데, 중식 먹은 뒤에 느껴지는 더부룩함도 별로 없다.
중국집치고는 메뉴가 단촐했는데, 짬뽕과 탕수육의 포스가 어마어마하다.
먹는 내내 "와" 소리 밖에 안 나오더라.
앞으로 짬뽕이랑 탕수육 어떻게 먹냐. 뭘 먹어도 만족하기 쉽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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