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은 도대체 왜 사는 걸까?
난 20년 넘게 윈도우즈 PC만 사용했다.
컴퓨터라고 하면 윈도우즈 PC가 전부인 줄 알았다.
학교, 집, PC방, 직장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컴퓨터들이 전부 윈도우즈 PC였으니까.
맥킨토시라는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용 작업 도구라고 알고 있었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PC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한참 맥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기기라고 생각했으니까.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봤자 주로 한글과 엑셀이지만)에는 맞지 않고
게임도 잘 안 돌아가는 걸로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 제품들을 사용해봤다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겠지만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만 10년 가까이 써왔던 터라
"비싸고 나와는 맞지 않는 PC"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시작은 아이패드였다.
작년 초에 아이패드 미니 5세대를 구매했다.
업무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해보자는 게 이유였다.
업무관련 지침이나 매뉴얼, 회의 자료들을 찾아볼 일이 많은데
그러한 자료들을 항상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휴대폰으로 그런 내용을 보기에는 액정이 너무 작았다.
그리고 업무 관련 내용을 메모하고 관리하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이 조합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반년 전도 사용해보니 애플 기기의 메커니즘에 조금은 이해가 되고,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는 애플 생태계라는 것에 관심이 생기더라.
마침 가성비 좋은 아이폰 SE 2세대도 나왔고, 애플 기기에 조금은 익숙해져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직장 동료가 맥북 에어 2020을 가져왔는데,
잠깐 만져보면서 있으면 유용하게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살 것인가?
처음에는 중고 맥북을 사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사과가 빛나는 2015년 모델로 사볼까.
그러다 ARM 기반 신규 모델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기다리면서
유튜버들의 리뷰들을 보고 있는데, 이건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용돈 상황을 확인하고, 한 달 용돈을 조금씩 모으면
2021년 연말쯤에는 살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후배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고, 신학기 프로모션이 시작되면서
지금이 기회다. 결국 보름 정도의 기다림 끝에 맥북 에어 M1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맥북은 도대체 왜 사는 걸까?
집에서는 윈도우즈 노트북... 씽크패드 T430s를 쓰고 있다.
2013년 모델이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고사양 게임이라도 하면 모를까, 어차피 게임은 PS4로 하고 있었고,
웹서핑은 거의 아이패드로 하는 편이었으니까.
사실 용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걸 사는데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아내도 제 용돈으로 제가 사고 싶은 걸 사는데 뭐하러 고민하냐고 하는데...
하지만 가난뱅이 근성 때문인지, 100만 원이 넘는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정리한 명분은...
1.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다.
예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종종 글을 썼고, 공들여 썼던 글들에는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밌거나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들을 보며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바쁘다 보니(게임하느라, 노느라, 숨쉬느라... 항상 핑계는 많았다.) 자주 쓰지는 못했다.
그러다 어느덧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장 뭘 해야 할지 아직 막막하다. 딱히 뭘 해야겠다 결정한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독서와 생각정리가 우선이더라.
그리고 이왕 책 읽고 정리할 거면 블로그에 그 내용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맥북 사기 전에는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맥북 뽐뿌가 오니 '맥북 사서 블로그 운영하면 되겠네.'라는 결론이 나오더라.
사실 지금 쓰는 노트북으로도, 심지어 아이패드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노트북은 충전기와 분리하면 30분 밖에 못 써.'
'포엥에 앉아서 편하게 글을 쓰고 싶어.'와 같은 설득력이 부족한 이유들을 핑계로 맥북을 샀다.
2. 남들에게 더 멋진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
취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남들에게 주로 취미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사진'이다.
일 년 중에 DSLR을 만지작 거리는 건 며칠 안 되지만,
그래도 이왕 찍는 사진이라면 좀 더 잘 찍고 싶고
찍은 사진들도 좀 더 멋지게 보정하고 싶더라.
(역시 지금 가진 PC나 아이패드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건 함정...)
이런 와중에 맥북 뽐뿌가 오니까, 왠지 맥북이 있으면
사진을 더 멋지게 보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차오르는데...
3. 좀 더 좋은 화질과 음질로 영상과 음악을 즐기고 싶다.
지금 쓰는 노트북은 LCD가 TN 패널인 데다가 스피커가 안습 수준...
그런데 이번 맥북 에어는 P3 색영역도 지원하고,
프로만큼은 아니지만 준수한 음질의 스피커가 달린다고 하니,
어떻게든 사야 하지 않을까?
(외장모니터, 헤드폰, 스피커에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그 아쉬움은 상쇄되는 게 함정...)
4. 그놈의 애플 생태계가 도대체 뭐냐?
유튜버와 블로그, 각종 커뮤니티에서 극찬해대는 그놈의 '애플 생태계'...
원래 실천능력은 떨어져도 호기심은 많은 사람이라서,
뭐가 됐건 한 번 써보고 생각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김중혁 작가님이 애플펜슬을 두고
'처음에는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에도
언젠가 애플펜슬을 사게 될 줄 알았다.' 고 이야기한 것을 보고
나도 고민해봤자 언젠가는 맥북을 사게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아마 아내도 그래서 고민하지 말고 빨리 사라고 한 것 같다.
그래서 이왕 살 거, 지금 역대급 가성비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니
맥북 에어 M1... 얼른 사자.
맥북은 어떤 것 같아?
결국 이런 저런 명분을 대가며 결국 맥북을 샀다.
맥북은 처음 써보는 거라, 터치패드 사용은 아직도 어색하고,
앱들도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더라.
하지만 빠른 반응속도, 준수한 화질과 음질, 매력적인 키보드의 키감,
팬리스 모델의 정숙함, 그리고 정말 미친듯한 배터리 성능은
아내의 '앱등이'라는 놀림도 충분히 감수하게 한다.
솔직이 지금 차오른 맥북 '뽕'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구매했고,
자신의 변화를 위한 시금석 역할을 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2주간 사용하면서 불평할 거리가 별로 없다.
굳이 하나 고르자면, 겨울에 쓰기에는 노트북 바디가 너무 차갑다는 것 정도?
텍스트 입력, 사진 보정, 영상 및 음악 감상 정도의 용도로는
흔히 말하는 맥북 에어 깡통 모델로도 차고 넘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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