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정도 있으면 아내와 처음 만난지 만 10년이 된다.
그리고 거기에 약 1년하고도 40여일 정도 더 지나면 결혼한 지도 만 10년이 된다.
특별히 자랑할 거 없이 소소하고 잔잔하게 살아온 내 인생이지만..
여태까지 아내와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할 수 있을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잘못해서 일방적으로 혼난 적은 있다..)
..
싸우지 않고 10여년 동안 만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내는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나는 화를 잘 내지 않고, 싸움도 최대한 회피하며, 어지간하면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편이다.
게다가 식성이나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취향들도 비슷하고, 양가 가정의 분위기도 비슷하다보니,
30년 넘게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만난 두 사람이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나는 내가 성격이 좋아서 잘 지내는 게 아니었나 착각하기도 했지만
요즘 돌이켜보면.. 결론은 운이 정말 좋았다.
..
결혼하기 전에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을 골라서 결혼한다면
부부가 행복하게 살 확률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나처럼 연애 자체가 쉽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생에서 몇 번 기회가 찾아오지도 않기 때문이지.
인생에서 연애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난 것 자체가
정말 행운이었고, 이런 행운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잘 살고 있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신혼 초에는 여전히 서로에게 이해할 수 없는 측면들이 있었고
어찌보면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합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며
정리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내가 있었기에...
마찬가지로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생각하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려 노력한 나도 있었기에..
잠깐의 서먹한 시기가 잠깐 있더라도 잘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들 덕분에 신혼보다 지금 아내와 훨씬 가깝게 지내고 있다.
..
어쨌든 노력은 했다. 그리고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더라.
그러다보니 결혼해서 잘 살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 맞는 그 사람이 신호등에 걸린 것처럼
내 앞에서 멈춰 서줘야 가능한 일인데.. 단순히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나가는 사람이 나랑 맞는 사람인지 알아보기도 힘들고
세운다고 사람들이 무조건 멈춰주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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