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는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접하기 힘들었기도 했고..
같이 평양냉면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 할만한 사람도 없었음..
결국 지금의 사장님과 연애중일 때 처음 평양냉면을 가봄..
(참고로 우리 사장님은 아직까지도 나의 유일한 평양냉면 메이트..)
그리고 사장님과 처음 방문했던 평양냉면집이 장충동 평양면옥..
당시 장충동 평양면옥에 대한 인상이라면.. 정말 맹물처럼 보이는 육수..
그런데 육수가 좀 짰다.. 오이가 있었다.. 그리고 만두가 참 맛있었다.. 정도였음..
첫 경험으로부터 벌써 10년 넘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다양한 평양냉면 맛집들을 돌아다니느라 여길 다시 가볼 생각은 못했음..
그러다가.. 남산 단풍구경 루트를 구상하는데.. 오랜만에 가보자는 사장님의 의견..
워낙 오래 전에 먹기도 했고, 당시에는 냉면보다는 만두에 대한 임팩트가 커서
솔직히 냉면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음..
하지만 필동은 가기 싫었고, 다른 냉면집 들르기도 애매해서
오랜만이니까 가볍게 먹어보자라는 생각했음..
만두 반 접시나 제육 반 접시 먹고 싶었지만.. 난 다이어터니까 포기.. ㅠㅠ
그러고보니까 언젠가 현주엽씨가 여기를 최애 냉면집이라고 해서
"여기가 그정도였나?"라고 갸웃했었지..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외식할 일 있으면 사람 없는 시간에 맞춰서 가는 편이다.
날도 추워져서 평양냉면 먹으러 누가 올까? 이런 생각으로 거의 11시 정각에 맞춰서 갔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음..
그리고 조금 앉아있으니까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들더라..
위에 있는 사진도 조금만 늦게 찍었으면 홀 비어있는 사진은 아예 찍지도 못할 뻔..
사람들은 대부분 냉면에 만두나 제육을 같이 시키는 분위기였지만 우리는 냉면만 주문..
(진짜 별 기대 없이 방문했나보구나..)
반찬이라고는 무절임과 배추김치를 주는데.. 배추김치는 솔직히 백김치에 가까워보임..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무절임은 그냥 보통.. 배추김치는 왜 주는지 모르겠다.
(평양냉면집에서 주는 김치들은 다 이런 느낌임.. 우리 어머니의 전라도 김치에 익숙해서 그럴지도..)
면수를 조금 늦게 줬는데.. 고양이혀라서 면수는 냉면 다 먹은 다음에나 먹을 수 있었음..
여기 저기 다녀본 곳 중에서 담음새로만 보면 봉피양, 광화문국밥, 능라도, 정인면옥 정도를 빼고는
기분 좋게 냉면 그릇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었지.
일단 스테인레스 재질의 그릇은 별로지만.. 면과 고명은 이쁘게 잘 담아줬네.
(그런 의미에서 의정부 계열 냉면들은 정말 먹기 싫게 담아주지.. 이게 냉면인지 음쓰인지..)
수육 1점과 제육 2점을 담아줬는데.. 제육 2점 때문에 뭔가 인심 좋다는 느낌이 든다.
냉면이 나오자마자 숟가락으로 육수를 한 입 먹어보는데.. 약간 짜긴 한데..
면을 풀어서 먹을 거면 간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
감겨있는 면을 젓가락으로 살살 풀어보는데.. 면의 양이 이렇게 많았나?
공들여서 면과 육수를 잘 섞은 다음에 한 입.. 응..?
고개를 갸웃 하면서 한 입 더.. 응..? 왜 이렇게 맛있지?? 당황스럽네..;;
아내도 꽤나 당황하는 눈치.. 그리곤 둘 다 별 말 없이 냉면만 처묵처묵..
간도 적당하고, 육향도 적당하고, 특히나 냉면에 들어있는 오이가 참 마음에 들더라.
짭짜름한 오이가 냉면이랑 참 잘어울리더라. 개인적으로는 김치 대신 오이를 더 주셨으면 좋겠다.
밸런스가 참 좋다는 느낌.. 과하지 않으면서도 있을 건 다 있는 맛이다.
평양냉면 먹으면서 겨자나 식초를 섞기도 하는데.. 내 취향에는 그냥 안 넣는게 더 좋더라.
개인적인 평양냉면 랭킹에서 상위권 맛집들에 대한 수문장 역할을 하는 게 진미평양냉면인데..
평양면옥을 진미평양냉면보다 조금 위쪽에 놔주고 싶다.
맛은 솔직히 비등비등한데.. 담음새가 좋아서 평양면옥에 점수를 더 주고 싶네.
10년 전에는 아무래도 냉면 내공이 낮은 상태에서 방문해서 그랬나보다.
아니면 만두가 너무 맛있어서 상대적으로 냉면 맛에 집중 못 했을 수도..
진작 몇 번 더 올걸.. 현주엽씨 맛잘알이셨네. -ㅅ-)a
다음 번에 오면 만두나 제육도 꼭 먹어봐야지.
그리고 평양냉면 땡기면 평양면옥 분당점도 생각해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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