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 은유 / 유유
어려움을 이기는 법
남들은 2002 월드컵으로 기억하는 한 해이겠지만
나에게는 군생활로 정말 힘겨웠던 한 해였다.
눈 앞의 어려움을 적당히 넘어가는 방법이라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건 훨씬 나중에나 배울 수 있었다.
아직 덜 여문 머리로는 당장 닥쳐오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막막했다.
누구나 힘든 일을 견디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특히 힘들 때에는 가까운 사람들이 도움이 많이 된다. 가족, 친구, 애인..
하지만 군대에서는 혼자 견뎌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 몰라도 알게 된다.
나름 전공이 상담심리학이었지만,
내 자신을 스스로 상담할 수는 없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찾아낸 방법은 글이었다.
정확히는 위안이 되는 글귀들을 읽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 외로울 때, 자괴감에 빠졌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혼란스러울 때에는
인생의 고민들을 구름 위에서 조망하는 듯한
한 두 줄의 글귀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책을 항상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수첩에 모나미 153 볼펜으로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쌓고 가슴팍에 쟁여뒀다.
가끔씩 울고 싶을 때에 담배 한 대 피면서
수첩 속의 진정제들로 견뎌낼 수 있었다.
오래전이라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예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철학에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사람을 위로하고 성장시키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시작을 위한 응원
문장 수집가라는 작가의 자기소개가 반가웠다.
그리고 그동안 헛되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었다.
더 이상 상처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세상의 고통을 이제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이미 난 클 만큼 컸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가 나에게 질책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책 전반에서 작가의 선의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마치 데뷔한 지 오래된 아이돌의 덕질을 여전히 하고 있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영업하는 열성팬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덕질은 나도 동참하고 싶다.
부끄러울 수 있는 작가의 경험들은 오히려 작가의 말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덕분에 독서 습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책은 그럭저럭 읽기는 하지만, 읽고 그냥 끝이었다.
연간 성인 평균 독서량을 늘리는 것으로 만족했나 보다.
하지만 이제는 뭐라도 써서 남겨야겠더라.
다만.. 작가의 덕질은 응원하지만,
그렇다고 춤을 따라 추거나 떼창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문장에서 피어오르는 열정과 감성이 난 좀 버겁더라.
아직 내가 덜 끓어오른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독서와 글쓰기에 취미를 가지려 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책을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글을 써야 하는지
이 책으로 잘 배울 수 있었다. 시작에 걸맞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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